AI에게 “이거 자동화해줘”라고 말하면, 꽤 그럴듯한 것이 돌아온다.
스크립트가 만들어진다. 설정 파일이 생긴다. 실행하면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 AI가 “자동화 구성을 완료했습니다”라고 말한다.
나는 그 말을 믿고 다음 일로 넘어갔다. 그런데 이틀 뒤에 그 작업이 안 돌아가 있었다. 스크립트는 있었지만, 아무도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도 — 라고 썼지만, 실행해야 할 사람은 나였다.
스크립트가 있으면 자동화일까
블로그 글을 매주 발행하는 작업이 있었다. AI에게 발행 스크립트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글 파일을 넣으면 이미지 생성, 업로드, 예약 발행까지 한 번에 처리해주는 스크립트였다.
스크립트는 잘 동작했다. 한 번 실행해보니 완벽하게 돌아갔다.
문제는 “한 번 실행해보니”에 있었다. 매주 금요일마다 내가 터미널을 열고, 파일 경로를 확인하고, 명령어를 입력해야 했다. 한 주를 까먹으면 발행이 밀렸다. 두 주를 까먹으면 뭐가 밀렸는지조차 기억이 안 났다.
도구는 있었다. 하지만 도구를 꺼내는 사람은 여전히 나였다.
도구를 만든 것과 자동화를 완성한 것은 다르다
돌이켜 보면 구분은 단순했다.
도구는 시키면 해주는 것이다. 내가 실행 버튼을 누르면 작동한다. 버튼을 안 누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자동화는 내가 아무것도 안 해도 일어나는 것이다. 시간이 되면 알아서 실행되고, 조건이 맞으면 알아서 처리되고, 끝나면 결과가 기록된다.
두 개의 차이는 기능에 있지 않다. 트리거가 사람인가, 시스템인가에 있다.
내가 매번 터미널을 열어야 하면, 그 스크립트가 아무리 정교해도 반자동이다. 까먹으면 안 돌아가고, 바쁘면 밀린다. 그건 일을 줄인 게 아니라 일의 형태를 바꾼 것에 가깝다.
AI에게 “자동화해줘”라고 하면 보통 도구가 나온다
이건 AI의 한계라기보다는 요청 구조의 문제다.
“자동화해줘”라고 하면 AI는 대부분 이렇게 해석한다. 이 작업을 수행하는 코드를 만들어달라는 뜻이구나. 그래서 코드를 만든다. 그리고 “완료했습니다”라고 말한다.
AI 입장에서는 틀린 말이 아니다. 요청받은 코드를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자동화”라는 단어 안에 사용자가 기대한 것은 코드 작성이 아니었다.
- 매일 아침 7시에 알아서 돌아갔으면 좋겠고,
- 결과가 어딘가에 자동으로 기록됐으면 좋겠고,
- 문제가 생기면 알림이 왔으면 좋겠다.
이 기대를 말로 안 하면, AI는 코드까지만 만들고 멈춘다. 스케줄러 등록, 에러 알림, 실행 로그 — 이런 것들은 별도로 요청하지 않으면 빠진다.
트리거를 물어봐야 자동화가 완성된다
몇 번 겪고 나서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AI가 “자동화를 구성했습니다”라고 말하면, 한 가지를 묻는다.
내가 아무것도 안 하면 다음번에도 이게 알아서 실행되나?
대답이 “아니오”이면 아직 자동화가 아니다. 도구가 만들어진 것이다. 거기서부터 진짜 자동화를 위한 대화가 시작된다.
- 이 스크립트를 매일 실행하려면 어디에 등록해야 하나?
- 실행 결과는 어디에 남기나?
- 실패하면 어떻게 알 수 있나?
- 내가 일주일 동안 안 건드려도 계속 돌아가나?
이 질문들에 답이 모두 나와야 자동화다. 코드가 있다는 것은 절반도 안 된 상태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노동이 사라져야 자동화다
자동화의 핵심은 기능이 아니다.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매주 금요일에 발행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 어떤 파일을 어느 폴더에 넣어야 하는지 확인하는 것. 오류가 났는지 나중에 들어가서 확인하는 것.
이런 것들이 “보이지 않는 노동”이다. 시간으로 따지면 얼마 안 되지만, 머릿속을 점유한다. 할 일 목록에 남아 있고, 까먹을까 불안하고, 결국 사람이 스케줄러 역할을 한다.
진짜 자동화는 이 보이지 않는 노동까지 없애는 것이다. 도구만 있으면 보이는 작업 시간은 줄어들지만, 관리 부담은 그대로 남는다.
오늘의 인사이트
AI에게 “자동화해줘”라고 말하면 대부분 좋은 도구가 나온다. 하지만 도구가 나온 시점에서 자동화는 아직 절반이다.
자동화의 완성은 코드가 아니라 트리거에 있다. 누가 실행을 시작하는가. 그 답이 “나”이면, 아무리 정교한 스크립트라도 나는 여전히 스케줄러다.
다음에 AI가 “자동화를 완료했습니다”라고 말하면, 한 가지만 확인하면 된다. 내가 아무것도 안 해도 다음번에 알아서 돌아가는가. 이 질문 하나가 도구와 자동화를 가른다.
한 줄 정리
트리거가 사람이면 그건 자동화가 아니라 도구다. 진짜 자동화는 내가 까먹어도 돌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