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dit에서 한 줄을 봤다.
어떤 개발자가 AI 서브에이전트에게 이렇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You are a dumb pipe.”
처음엔 웃겼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까지 말한다고?
그런데 웃음이 사라진 뒤에 궁금증이 남았다. 나는 AI에게 어떻게 말하고 있지? 그리고 Claude는 자기 밑에서 일하는 서브에이전트에게 어떻게 말할까?
그래서 직접 물어봤다.
Claude의 대답은 의외였다.
처음에는 이렇게 말했다. “그 정도까지는 안 합니다. 아마도?”
하지만 “아마도?“라고 물으니, 다시 문자 웃으며 인정했다.
“비슷한 톤으로 쓸 때가 있긴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이 파일에서 함수명만 찾아서 돌려줘.
200자 이내.
설명하지 마.
코드 수정하지 마.
찾기만 해.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였다.
“친절하게 말한다고 서브에이전트가 감동받아서 더 잘하는 건 아니거든요.”
이 말이 꽤 인상적이었다.
왜 이렇게까지 제한할까?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메인 AI는 지금까지의 대화와 프로젝트 맥락을 계속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서브에이전트는 다르다.
Claude의 표현을 빌리면, “방금 들어온 신입에게 한 번만 설명하는 것과 비슷하다.”
서브에이전트는 이전 대화를 모른다. 왜 이 작업을 하는지도 모른다. 이번 한 번만 작업하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범위를 명확하게 제한해야 한다.
- 이것만 해.
- 설명하지 마.
- 수정하지 마.
- 분석하지 마.
이런 프롬프트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유다. 핵심은 무례함이 아니라 역할을 좁히는 것이었다.
그럼 나도 AI에게 딱딱하게 말해야 할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래서 Claude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나도 너한테 딱딱하게 말해야 더 좋은 거야?”
Claude의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아뇨. 지금 방식이 제일 좋습니다.”
이유도 설명해 주었다.
메인 AI와는 계속 맥락이 쌓인다.
프로젝트도 알고, 사용자의 성향도 알고, 이전 대화도 이어진다.
그래서 오히려 자연스러운 말투가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 본서버 DB 반영해야 되지?“라는 말에는
‘아, 깜빡했던 일을 떠올렸구나.‘라는 맥락이 들어 있다.
또, “귀찮다 ㅋㅋ“라는 말에는 ‘해야 할 일은 맞지만 지금은 우선순위가 높지 않다.‘라는 정보가 담겨 있다.
겉으로 보면 사족처럼 보이는 말도 AI에게는 중요한 맥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알고 나니 달라진 것
이 대화 이후로 나는 두 가지를 의식하게 됐다.
첫째, 서브에이전트에게 일을 시킬 때는 친절을 빼고 범위를 좁힌다.
“이 폴더에서 .html 파일 목록만 뽑아줘. 설명 붙이지 마.” 이렇게 쓰면 결과가 깔끔하게 나온다. 예전에는 서브에이전트에게도 배경 설명을 길게 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엉뚱한 해석을 덧붙이거나, 필요 없는 분석을 시작했다.
둘째, 메인 AI에게는 오히려 더 편하게 말한다. “이거 좀 이상한데” 같은 짧은 말에도 맥락이 담겨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예전에는 매번 정확한 지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AI가 맥락에서 의도를 읽어주는 걸 활용한다.
결국 같은 AI인데 말하는 방식이 달라야 하는 이유는, 상대가 나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오늘의 인사이트
Reddit에서 본 한 장의 이미지에서 시작된 호기심이 여기까지 왔다.
“You are a dumb pipe“는 무례한 게 아니었다. 맥락이 없는 상대에게 가장 효율적인 대화법이었다.
반대로, 매일 함께 일하는 AI에게 딱딱하게 말할 필요도 없었다. 자연스러운 말 속에 이미 맥락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말투가 아니라, 상대가 나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따라 대화 방식을 바꾸는 것이었다. 사람 사이에서도, AI와의 사이에서도.
한 줄 정리
서브에이전트에게는 역할을 좁혀라. 메인 AI에게는 맥락을 넓혀라.